학제개편은 교육 개혁을 위한 조치?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와 교육혁신위원회는 2006년을 ‘학제개편 공론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1~6차에 걸친 공청회를 개최합니다.
공청회에서 거론된 다양한 학제 개편안은 언론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로 전달됩니다.
국민은 어떤 학제가 좋을지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제시할 준비를 합니다.
참여정부의 국가 장기 전략인 ‘비전 2030’ - 인적자원활용 전략 및 학제개편 과정에도 담깁니다.
사회는 학제개편이 정말 이루어질까 하는 기대로 술렁입니다.
그러나 위용을 뽐내며 출항한 배는 목적 항에 당도하지 못한 채 암초에 부딪혀 침몰합니다.
학제 개편 시 두 학년의 동시 입시 및 취업 문제와
학교 시설 및 인력 전반을 바꾸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등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딱히 못 느꼈습니다. 그저 학자들이 해야 한다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그래도 재미삼아 어떤 학제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5-3-4, 5-3-3, 6-6-4, 6-4-2? 문득 '8(초등)-3 혹은 4(고등)' 학제가 떠올랐습니다.
농어촌에 학생이 줄면서 폐교가 증가하는데 8-3or4 학제라면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취학 인구가 줄어 초등 8학년에 따른 부담이 덜했습니다.
오히려 미래에 초중고 체제 유지비용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꿈꿔온 실업계 고교 개편도 이뤄질 것 같았습니다.
남는 중학교 건물과 운동장을 복지 시설로 활용하는 대신
천문학적 복지 예산을 교육에 끌어온다면 교육 개혁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학자들이 왜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는지부터 살폈습니다.
학자들이 제기한 학제개편 필요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반계 고교 졸업자의 81% 실업계 고교 졸업자의 6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과도한 진학열과
입시 위주 교육이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 교육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육기간 장기화 및 군 복무 등에 따라 취업 현장에 나가는 입직연령이 선진국에 비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입직연령(직업 시작 나이)'이 22세인데 반해 우리는 27.2세다.
둘째, 저출산 등 교육 대상 인구가 줄면서 학생 미충원 문제가 예상되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 문제 등에 대비하여 인적·물적 자원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2030년에는 학령인구가 2005년 현재 1,226만 명의 60% 선인 741만 명으로 줄어들어
현재의 학교 제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1951년 현행 학제를 수립한 이래 교육체제 내외의 급속한 변화와
학생들의 성장발달에서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이런 변화가 학제에 반영되지 못했다.
넷째, 미래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학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결론 : 따라서 학생들의 현실에 맞는 학제개편을 단행하여 국가경쟁력과 인적자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난제 : 학제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엄청난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학제개편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제개편을 위한 교육과정 개편 계획, 교원 수급 계획, 학생 수용 및 시설 배치 계획 등
세부 실천 계획이 차질 없이 수립 실천되어야 한다.
학제 개편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의 방대성에 비추어볼 때,
현재 학제 개편에 관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학제개편을 착수할 수 있는 시기는 빨라야 2010년 중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계획에 따르면)
다음으로 통계를 살폈습니다.
대학 진학률 82% (2005년~) = 대학은 수요가 많으니 등록금을 인상합니다.
2005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0.9세, 여자 27.7세 = 초혼이 늦어진 이유는 학력인플레 때문이고, 이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입니다.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교육비와 양육비 등을 모두 합쳐 2억 2000만 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양육비 부담과 여성에 편중된 가사책임 등이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기준으로 연령단계별 비용은 △영아(0~2세) 2156만 2000원 △유아(3~5세) 2540만 2000원
△초등학생(6~11세) 5429만 6000원 △중학생(12~14세) 2996만 6000원 △고등학생(15~17세) 3441만 1000원
△대학생(18세 이상) 5344만 9000원 등이었다.]
2005년도 청년실업률은 7.6%, 실업자 수 37만 명에 달한다. <정인수/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고학력 수요 증가 -> 대기업 일자리 한정 -> 인건비 하락 -> 내수경기침체, 양극화 -> 실업률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가 교육에서 비롯되었음이 명백했습니다. 그때 저는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토록 꿈꿔온 실업계 고교 개편의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고백
저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실업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교복에 따라 계급이 나뉜 사회에서 공부를 못해 실업 고교에 간 건 죄악이었죠.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교장선생님께선 알고 계셨나 봅니다.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뀌지 않는다.”,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라고
강조하며 재학생과 졸업생의 분발을 당부하셨죠.
당시 제가 보고 듣고 겪고 느끼고 깨달아 얻은 건 우리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자 부모를 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소수 중산층과 다수 저소득층, 그리고 빈곤층으로 분류됐으니까요.
게다가 결손 가정이 많았고, 일부 장애를 가진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곳은 가난의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죠.
단지 중학교 시절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한 죄로 치부하기엔 억울한, ‘1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1등은 행복한가?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제 형은 인문계 최고 고교에 다녔는데 친구들 환경이 정반대였습니다.
그래선지 형은 저희 집 환경을 판단할 때 중산층으로 인식한 저와 달리 저소득층으로 인식했습니다.
또, 쉴 틈 없이 달리는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형의 그런 모습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이면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모든 학생이 각자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 진로를 정해 나아가는 체계 구축이 가능한가?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로의 고등학교 개편이 요구됐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마련 방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8-3or4 학제로의 개편이 가장 큰 난제를 해결해준 것입니다.
<계 속>
* 다음 편부터 학제개편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양극화, 저출산,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내수경기침체,
입시 지옥, 사교육, 자살 등) 해결 과정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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